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 간단하고도 오래된 문제를 공무원 열풍에 대입해서 생각해보자.
요즘 공무원 시험 '열풍'이 화제다. 언론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거의 정략적이다 싶을 정도로 공무원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는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뭔가 비난과 증오의 대상이 필요한 대중 상당수가 거기에 휩쓸리고 있다. 그러나 대중이 열광하는 공무원 비난, 그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또 언론의 '증오 부추기기' 전략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과연 그따위 보도 태도가 '열풍'을 잠재울 수 있을까? 그게 언론이 해야 할 올바른 보도 태도일까? 여러분은 공무원 열풍이 왜 불고 있다고 생각하시나? 언론에서 말하는 대로 '공무원 열풍이 불어서'일까? 여러분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를 아실 것이다. '공무원 열풍이 불어서' 공무원이 인기가 있다? 이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공무원 열풍은 맨 땅에 풍파인가? 뭔가 원인이 있을 것 아닌가? 그렇다. 공무원 열풍 때문에 공무원이 인기가 있고 그때문에 나라 경제가 멍들어 간다는 것은 언론이 국민을 홀리기 위한 말장난일 뿐이다. 그렇다면 원인은 무엇일까? 높은 실업률? 반만 맞는 말이다. 실업률이 높아서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린다면 왜 실업률이 높은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외환위기를 겪은 뒤에 사회 초년생이거나 대학생이던 현재의 젊은 층이 지켜보거나 겪었던 취업 시장의 현실, 그리고 고용 현실이 그들을 공무원 시험으로 내몰고 있다. 취업을 하기가 어렵다지만 막상 다니다 한 1~2년 지나면 그만두고 공무원 공부하는 사람이 숱하다. 그리고 취업을 해도 비정규직으로 취업하기 일쑤다. 비정규직이 어떠한 대우를 받는지는 요즘 이랜드 사태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또한 기업에서는 경영 실패나 경영난의 책임을 가장 손쉬운 방법, 즉 인력 감축에서 찾고자 한다. 아무리 고용자일 뿐이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경영난의 책임을 직원들 자르는걸로 해결하려고 하는 기업 문화 아래서, 젊은이들에게 '꿈을 가져라!', '진취적으로 생각해라'하는 말은 역겨운 소리가 될 뿐이다. 특히 수구언론 조중동이 잘 하는 말이기도 하다. 간단하게 살펴본 이러한 문제점들이 바로 공무원 열풍이라는 달걀을 낳은 닭인 셈이다. 공시생들은 이러한 열풍을 가장 강하게 느끼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기자들도 인정하듯이 고용현실에 좌절한 청년들에게 무턱대고 '꿈을 가져라!', '진취적으로 생각해라'고 말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비현실적이요, 잔인한 말인 것이다. 그러나 맹목적으로 친기업적인(정확히는 친대기업적) 수구언론들은 뭐라고 하고 있나? '공무원 열풍은 나라 경제를 멍들게 하고 인재들을 빨아들여...'라는 식으로 지껄이고 있다.(과연 전체 공무원 응시생 가운데 그들이 말하는 '인재'가 몇이나 되는지는 모르겠다) 맹목적인 엘리트주의를 숭상하는 수구언론들이 공무원 열풍에 대해 진정으로 걱정하는 게 있다면 아마도 '엘리트들이 공무원으로 몰려서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언론들은 이 현상의 진실을 알고 있다. 동아일보는 작년 언제인가 우수한 인력들이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기사를 경제면 1면에 실은 적이 있다. 대기업 휴대폰 부문의 경력 몇 년차의 박사급 연구원마저 경영난 때문에 고용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 몇몇은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현실은 이렇다. 모두 알다시피. 이렇게 수구언론이 나라의 장래를 생각해 꽤나 걱정해 마지않는 공무원 열풍의 진실을 수구언론 자신은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위에 썼듯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엉뚱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왜? 그들은 공무원 열풍을 정권과 연결시켜 궁극적으로는 노무현 정권을 비난하는 수단으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허구헌날 넘쳐나는 공무원 비난 기사와, 대조적으로 기업 비리나 경영 현실 비판에 대해선 침묵하는 그들의 행태를 보라) 그래서 그들은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현상의 인과 관계를 무시하는 논조를 유지하고, 손쉬운 결론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이 진실을 외면하고 대중을 선동하거나 증오를 부추기는 기사를 쓰는 것도 잘못된 것이지만, '심각하다'는 사회 현상에 대해 이렇게 정략적으로 왜곡된 손쉬운 결론을 택하여 기사를 써갈기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문제의 올바른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들 말처럼 공무원 열풍 때문에 나라 경제가 휘청거릴 정도라면! 그럼 왜 그들이 그쪽에 몰리는가, 청년들이 좌절할 수밖에 없는 고용현실과 비정규직 문제, 경영난의 책임을 무책임한 인력감축으로나 해결하려고 하는 잘못된 경영 풍토를 비판해야 하는 거 아닐까? 언론의 정략적이고 왜곡된 현상 진단과 치열한 기자 정신을 포기한 손쉬운 결론, 그리고 대중의 증오 부추기기... 이 모든 것들이 맞물려서 대중의 광기를 낳고 있다. 요즘 유행중인 공무원 사정바람. 자질이 떨어지고 비행을 일삼는 수준이하의 구성원은 어느 집단이나 있기 마련이다. 당연히 공직 사회에도 이러한 조치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요즘 현실을 보라. 애꿎은 하위직 공무원들이나 희생양이 되고 있고, 정작 개혁의 대상인 선출직 공무원(지자체장)과 5급 이상 고위직은 '국민의 바람'으로 포장된 대중의 증오와 광기에 밀려 자기 부하들 목 자를 생각이나 하고 있다. 이런 열풍에 부응하기 위해 지자체장들이 앞다퉈 내놓는, 훗날 자신의 치적으로 포장될 'OO년까지 O%를 줄이겠다'는 식의 저지르고 보자는 식의 개혁안은 과연 좋은 효과만 있을까? 홍보용 개혁안은 과연 공직사회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이게 과연 언론 보도가 추구하는 바일까? 잘못되었다는 현상에 대한 진정 올바른 해결책일까? 이런 식으로 대중의 증오를 만족시키면 거기서 끝나나? 공무원 열풍에 몰리던 청년들이 옳타구나 하고 다시 민간기업으로 발을 돌릴까? ['공무원 시험에 취한 사회’는 미래가 없다. 역사는 이 시대를 불행했던 시대로 기록할 것이다.] <7.9일자 문화일보>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대중의 광기에 마치 나치독일에서 유대인 학살하듯이 정략적으로 특정 집단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는 시대는 결코 좋은 시대가 아니다. 언론이 이런 식으로 특정한 의도를 갖고 달걀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그리고 대중이 거기에 휩쓸린다면, 닭은 계속해서 문제있는 달걀을 낳을 뿐이다. 이건 수구언론의 바람대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결코 바뀌지 않는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참, 참고로 이번 서울 시험에 실제 응시자는 9만명 정도라고 한다. 원서를 낸 사람 가운데 1/3 정도가 시험을 안 본 것이다. 그리고 관련통계를 찾아보니, 작년보다 원서 낸 사람도 줄고 있는 추세다. 정말 나라 망하게 할 현상이긴 한가?ㅎㅎ |
출처 : 공무원 열풍, 달걀에게 책임을 물어라?
글쓴이 : 똑바로 살아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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