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스크랩] SKT `망내통화 할인 방침`은 말 장난?

SnakeLee 2007. 9. 18. 12:29

역시 상당수의 국민들은 휴대폰이 일상이나 다름없어서 그런지, 휴대폰 요금에 관해서는 대단히 민감합니다.

 

지난 17일에, 정부가 이동통신사와 협의를 거쳐 마련한 휴대전화 요금 인하 방안이 발표됐습니다. 그리고 그에 발맞춰 SK텔레콤이 '망내할인'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와 '인하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잘 따져보면 좀 황당합니다.

 

망내할인? SK텔레콤의 말 장난

 

'망내할인'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같은 통신사 가입자 간의 통화 요금은 할인한다"는 것입니다. 할인 폭은 30~50%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할인폭이 40%라면 같은 통신사 가입자 간의 전화통화의 경우, 현재 10초당 20원으로 적용되는 요금이 12원으로 할인되는거죠. 그런데 이 부분에서 말 장난이 숨어 있습니다. 얼핏 보면 교묘해보이지만, 지나가던 개가 웃을 정도로 뻔히 드러나는 말 장난입니다. 예, 대신 기본료를 2~3천원 정도 인상시킨다는 것입니다.

 

월 평균 2시간을 사용하는 가입자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리고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을 50%(실제는 이보다 더 많습니다)로 가정한다면, 1시간이 '같은 통신사 가입자'와의 통화일 가능성이 있겠죠.

 

계산해보면, 10초에 8원이 할인되는 것입니다. 1분이면 48원 할인일 것이고, 1시간이면 2,880원 할인입니다. 기본료를 3천원 올리면 할인이 아니라 오히려 '소폭 상승'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기본료 인상폭을 2천원으로 잡아봐야 한 달에 겨우 880원 할인인거죠.

 

그러니까, 이 할인 혜택 받으려면 무조건 많이 해야 돼요. '할인'을 가장한 소비 유도 행위입니다. 그래서 말 장난입니다.

 

게다가, 이 '말 장난'은 월 이용시간이 20분이 채 안된다는 20% 가량의 휴대전화 이용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기본료는 1만원 안팎으로 내린다고 합니다만, 통화료는 오히려 오른다는 것입니다. 

 

그 인하폭은 아무리 넉넉잡아 계산해봐야 월 3천원 이상 차이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20분'에서 망내통화를 절반 정도로 잡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말 장난'입니다.

 

'노인과 장애인'은 문제메세지 무료화? 이것 역시 '말 장난'

 

누가 보면 대단히 선심쓰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세상에, '문자메세지가 무료'라잖아요. 그런데, 그 혜택 적용대상은 노인과 장애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참고로, 노인분들은 문자메시지를 활용하는 분이 많지 않습니다. 작성의 복잡함도 그렇지만, 노안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 노인분들은 번호판 속의 글자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돋보기 안경을 쓰셔도 보일까 말까에요.

 

마찬가지로, '문자메시지 무료화'를 장애인에게 적용하겠다는 것 역시 '말 장난'입니다. 거동이 많이 불편한 장애인의 경우에 이 작은 번호판 일일이 다닥거리면서 문자메시지를 쓰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층에 대해 우리 선심 좀 쓰겠다"면서, 그분들이 정작 별로 활용하지도 않는 것을 가지고 턱을 치켜세우는 격입니다. 정말 선심 쓰고 싶으면, '사회적 약자'의 통화요금과 기본료를 화끈하게 50% 정도는 내려야 선심 쓴다는 이야기 들을 자격이 생기는 것입니다.

 

SK텔레콤, 이런 말장난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저라면, 쪽팔려서 선심쓰는 척하기 어려울 것 같거든요.

 

'말 장난'에 반발하는 KTF

 

사실 '망내할인제'는,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나듦에 따라 독점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폐지해버린 제도입니다.

 

SK텔레콤은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인하요구에 따라 이 제도를 부활시키려 하는 것 같은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누가 봐도 '말 장난'입니다.

 

그런데 이 '말 장난'에 KTF가 정색을 하고 반발했다고 합니다. '지배적 사업자로서의 쏠림 현상'이나 '이용자 차별' 등의 뻔한 이유를 들고 있는데, 이 역시 '말 장난'입니다.

 

KTF는 그러면서 "5만 5000원인 SK텔레콤의 가입비를 우리와 동일한 3만원 수준으로 내리면, 시장 왜곡없이 연간 2500억원의 요금부담 경감효과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들어볼만한 주장이긴 합니다만, 정작 중요한 '요금인하'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습니다. 단지, "우리 입장 봐가면서 행동하라"는 말이 다 인듯합니다.

 

결국, 본질은 회피한 채 '말 장난'에 정색을 하고 밥그릇 걱정하는 격이라는거죠.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

 

'망내통화할인'은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널리 인식된 정책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망내통화 무료'를 내건 사업자들도 있다고 하는데, 미국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업자가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물론 기본료가 비싸다고 합니다. 40~50달러 가량이라고 하죠. 4~5만원 정도로 잡읍시다. 하지만 '망내통화'에 있어서는 무제한적으로 무료라고 하며, 주말과 휴일, 그리고 저녁 6시에서 다음날 아침 9시까지 마찬가지로 무료라고 합니다.

 

'버라이존'의 예를 들면, 기본료는 40불 가량. 그래서 배분되는 통화시간은 450분이며, 초과시에는 분당 45센트가 부가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주말에는 아예 이틀 모두 무료이며, 대신 문자요금이 좀 비싸죠. 송수신 모두 요금이 15센트라고 합니다.

 

하지만 일단 배분되는 통화시간이 450분이라는 것부터 주목해봐야 할 것이고, 일단 '망내통화'가 무료라는게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지간한 선이 아니면 40불을 넘길 일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본,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어지간한 선진국들은 다 망내통화는 최소한 50% 할인 정도는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번엔 소프트뱅크의 '화이트플랜' 요금에 대해 간단히 알아봅시다. 기본요금은 월 980엔으로서 8천원 정도로 잡으면 될 것입니다. 가입비를 2600엔 정도 받는다고 합니다만, 대신 2년 이상 해약하지 않겠다는 약조 아래 기기는 무상으로 제공된다고 합니다.

 

가입자간의 통화시에는 저녁 9시에서 새벽 1시까지, 4시간만 제외하고는 망내통화는 무료라고 하며 문자메시지는 전면무료라고 합니다. 그리고, 저 4시간동안, 그리고 평상시의 비가입자와의 통화에서는 30초당 21엔(10초당 50~60원 꼴)로 적용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화이트 플랜' 역시 무료혜택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다고 합니다. 

 

특히나, 홍콩에서는 아예 '망내 문자메시지 송수신'도 무료라고 합니다. 독일 등의 국가에서는 문자메시지에도 50% 할인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군요.

 

얼마전부터 YMCA가 가입비, 기본료, 문자메시지 요금, 발신번호 표시 서비스 등에 대해 이동통신사들이 '무료'를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나 지난 7년간 요금을 올리면 올렸지, 내린 적이 없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니, 내리겠다고 해서 들어봤더니 세 살 먹은 아기들도 안믿을 '말 장난'이나 하고 있습니다.

 

누리꾼, "이동통신시장 개방하라"

 

외국의 요금제도, 인터넷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누리꾼들도 미국의 '버라이존'이나 일본의 '화이트 플랜'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SK텔레콤은 그런 누리꾼들 앞에서 저런 '말 장난'이나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부 누리꾼들은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할게 뻔한데 빨리 이동통신시장이 개방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장사의 기본은,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이동통신시장 개방되면 연쇄탈퇴 현상 바로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저부터도 꽤 유혹당할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저런 세 살 먹은 아기들도 안믿을 '말 장난'은 그만하고, 누리꾼들의 빠삭한 수준에 걸맞은 요금제도를 제시하길 바랍니다. YMCA의 '4가지 괴물 무료화' 주장에 많은 누리꾼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 빨리 눈치껏 깨닫길 바랍니다.

출처 : 창천항로(蒼天航路)
글쓴이 : 박형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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